다시 시작할 용기
세 번째 창업은 앞선 두 번의 실패 끝에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사업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약 2년 동안 창업에 매달렸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차라리 취업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조언을 구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멘토를 찾아갔다. 당시 나는 K-ICT 창업멘토링센터에 등록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듯 인연을 맺었던 박정용 멘토님께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박정용 멘토님은 과거 IT 교육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뒤 지역에서 창업 멘토로 활동하고 계셨다. 멘토님이 좋았던 점은 언제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는 것이다. 내가 만남을 요청하면 한 번도 거절하신 적이 없었다. 당시 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멘토님이 계시던 소셜캠퍼스 온을 자주 찾았다. 자연스럽게 직원분들과도 친해졌고 여러 창업가들과 교류할 기회도 생겼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의외로 사업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멘토님은 본인이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 사업을 하며 배운 것들, 그리고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멘토님은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신 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다시 사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그 한마디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내가 사업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에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사업, 나만의 색깔이 담긴 사업으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
만약 그때 누군가 "사회 경험을 더 쌓고 나중에 창업해 보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면, 나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다시 도전하라는 응원을 받았다. 그리고 2022년 말, 2023년 초 무렵부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게 된다.
세 번째 창업, 나를 찾는 과정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회사 이름이었다. 초기 회사명은 '패션후르츠'였다.
패션후르츠는 과일 이름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Passion(열정)과 Fruits(결실)의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었다. 열심히 노력해 미래의 결실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과일 회사로 오해받곤 했다.
결국 이름에 담긴 의미는 유지하되 보다 간결한 브랜드인 '패츠(PAECHE)'로 변경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IT 기업으로서의 방향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새로 결심한 창업은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세 번째 사업의 첫 아이템은 성공을 목표로 시작했다기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당시 내 주변에는 사업가가 많았는데, 나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모바일 홍보 포스터 제작 도구 '모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 눈앞의 사람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서비스 설명회를 진행할 기회도 생겼고, 해당 아이템으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도 선정되어 운영하게 되었다.
비록 큰 성공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시장과 사용자의 목소리를 초기에 들으며 제품을 개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용자 피드백을 받았다.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고, 화면을 수정하기도 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 결과 모지는 점차 발전하여 지금의 '전자리플렛(https://eflet.net)' 서비스가 되었다.
이 사업이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서비스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나는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회사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사람이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의식주처럼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 아닌 지식정보서비스 분야에서는 기능만으로 선택받기 어렵다. 결국 고객은 회사가 가진 철학과 이야기, 그리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공감할 때 지갑을 연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부분에 상당히 약한 사람이었다.
기술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제품만 잘 만들면 고객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업은 기술보다 사람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박정용 멘토님과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며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현재 나는 '정보 디자인 전문 회사'라는 이름 아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치 있는 서비스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생계를 위해 소프트웨어 외주 개발도 간간히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서비스들도 하나씩 만들어 나가며 수익을 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데이터 강의(https://dimgle.com)다. 수강생들과 함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리포트를 작성한다. 최근에는 AI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어느덧 강의 시간도 137시간을 넘어섰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한 예술 작업(https://kuksketch.com)도 시작했다. 사용자의 사진을 데이터로 해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대학원에서 연구했던 예술공학 분야와 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데이터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사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요즘 트렌드에 더 맞다고 본다.
마무리
지식정보서비스 시장의 파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여러 시장을 경험하면서 사업마다 난이도가 얼마나 다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해 나가고 있다. 어쩌면 비효율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의 숙제는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반면 돈만 보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두 번의 실패를 거치며 나는 성공보다 지속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2024년부터는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을 만나며 멘토링도 하고 있다. 부족한 경험이지만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내 사업도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의 두 번째 창업 이야기 (0) | 2026.06.07 |
|---|---|
| 나의 첫 번째 창업 이야기 (1) | 202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