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업을 선택한 이유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업 전, 나는 대학원에서 2년을 보냈고 이후 3년 6개월간 연구소에 몸담았다. 기업으로 갈 기회도 있었지만 전공을 살리고 싶어 연구소를 택했다. 그 과정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연구소 생활을 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조직 안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과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입사할 때만 해도 나는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를 꿈꿨다. 하지만 퇴사할 무렵의 나는 어느새 플랫폼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박사 과정을 이어갈 수도 있었고, 기업에 취업하는 길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조직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삶이 반복될 것 같았다. 그렇게 29살의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독립을 선택했다.
첫 창업의 시작
지금 돌이켜보면, 첫 창업은 나를 몹시 조급하게 만들었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던 삶에서 창업가의 삶으로 바뀌자, 압박감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다음 달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돈이 되는 일"을 먼저 찾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방향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이었다. 혼자서는 어렵다고 판단해 개발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과 함께 팀을 꾸렸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처음 손댄 것이 정부지원사업이었다.
연구소에 다니며 모아둔 3~4천만 원이 있었지만, 창업을 시작하자 돈은 생각보다 빠르게 빠져나갔다. 임대주택 보증금에 생활비와 사업비까지 충당하며 하루하루 버텼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기 위해 크몽에서 합격 사례를 여러 건 구입해 분석했고, 사업계획서는 셀 수 없이 수정했다.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많지 않아 스스로 100번 넘게 읽고, 지인들에게 여섯 차례 이상 검토를 받았다. 결국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었다.
화장품 리뷰 서비스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초라한 기쁨이지만,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가 선택한 아이템은 화장품 리뷰 서비스였다. 팀원 셋 모두 남자였고 화장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었다. 다만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화해' 같은 서비스를 보며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솔직히 말하면, 성공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연구소 시절 나는 임상시험 리뷰의 신뢰도를 분석하는 부정행위 탐지 기술을 연구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활용해, 소비자가 리뷰를 작성하면 해당 리뷰의 진실성을 점수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목표는 '더 깨끗한 화장품 리뷰 시장'이었다.
지원사업이 끝날 무렵 서비스 개발이 완료되었고, 나는 오송과 청주 지역의 화장품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B2B 영업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업들의 관심사는 리뷰의 진실성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화장품을 더 많이 파는 일이었다. 이미 체험단 마케팅과 각종 프로모션으로 리뷰를 생산하고 있었고, 그것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추구한 '진실한 리뷰'는 어떤 기업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반드시 시장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은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었다
B2B 영업이 막히자, 이번에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대전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예상과 달랐다.
"리뷰를 쓰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소비자들 역시 순수한 참여보다는 리워드를 원했다.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마주한 셈이었다. 기업은 진실한 리뷰를 원하지 않았고, 소비자는 보상 없이 리뷰를 쓰지 않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너무 이상주의적이었다.
첫 번째 실패가 준 교훈
예비창업패키지 최종 발표에서 나는 사업이 어려운 상황임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예상과 달리 심사위원들은 최우수 평가를 내렸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 점을 좋게 봐준 것 같았다.
하지만 바뀌는건 없었다. 예비창업패키지가 끝난 뒤 몇 달이 지나자 통장에서는 이미 3천만 원 가까운 돈이 사라져 있었다.
그 무렵 액셀러레이터 한 분과 투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멈춰 서서 팀원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정말 이 시장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할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셋 모두 화장품 시장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 시작한 것이었다.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고, 팀도 같은 목표를 품은 사람들이 아닌 단순히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로 꾸려진 것이었다.
투자 논의는 중단되었고,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진짜 함께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100개 넘게 적어 보았다. 밤마다 공상과학 소설을 쓰듯 생각나는 것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동시에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때부터 멘탈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이상을 내려놓고 살아남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먹고살 수 있는 사업, 즉 캐시카우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사업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기까지가 사업을 시작하고 2021년 중반까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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